광활한 오픈월드 게임에서 NPC나 몬스터들은 어떻게 장애물을 피해서 우리를 쫓아오는 걸까요? 오늘은 과거 IGC 2017에서 펄어비스 민경인 프로그래머가 발표했던 '복셀 기반 네비게이션' 기술을 다시금 조명해보고, 이를 VR(가상현실) 환경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핵심 기술: 복셀이 만드는 길, 네비게이션 메쉬
관련 기사: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모바일에 '복셀'을 쓴 이유
해당 발표의 핵심은 복잡한 지형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복셀(Voxel)'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 원리: 이동 가능한 영역을 사각형이나 다각형 형태의 메쉬(Mesh)로 구성하여, 이 위에서 경로를 탐색합니다.
- 장점: 지형 인식이라는 무거운 작업을 미리 계산(Pre-calculation)해 둘 수 있어, 실행 시 메모리 소비가 적고 경로 탐색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이는 가장 보편화된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2. Insight: 이 기술을 VR에 가져온다면?
이 기술은 주로 MMORPG 같은 대규모 게임에서 활용되지만, 저는 이 기술을 보며 '광대역 VR 월드'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VR 콘텐츠가 점차 '방 탈출' 규모를 넘어 '오픈 월드' 수준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HMD를 쓰고 가상 공간을 자유롭게 누빌 때, 혹은 가상 공간 내의 AI 캐릭터(NPC)가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따라다닐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효율적인 길 찾기'입니다.
- VR에서의 적용: VR 환경에서 큰 월드를 구축하게 된다면, 개발자가 일일이 이동 가능 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때 복셀 기반으로 지형을 자동 분석하고 네비게이션 메쉬를 생성한다면, 최적화(Optimization)와 제작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3. 바라는 점: VR 개발 생태계의 진화
아직 많은 VR 개발 툴이나 라이브러리는 소규모 인터랙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검증된 이런 고도화된 네비게이션 기술을 VR 전용 엔진이나 라이브러리 형태로 제공해 주는 개발사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단순히 '보는' VR을 넘어, NPC와 함께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VR 경험을 만들어줄 그런 기술을 기대해 봅니다.
2018년에 남겼던 짧은 메모를 다시 꺼내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게 VR에 있으면 좋겠다"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지금은 '디지털 트윈'이나 '메타버스'가 화두가 되면서 대규모 공간 정보 처리 기술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의 생성형 AI와 공간 컴퓨팅 기술이 결합하면서, 펄어비스가 보여주었던 자동화된 네비게이션 생성 기술은 스마트 시티의 자율주행이나 가상 훈련 시뮬레이션 등 더 넓은 영역에서 그 가치를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좋은 기술은 시대를 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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