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독서 리뷰]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결국 색을 이해해야 한다 - 『컬러 앤 라이트』

103105 2026. 6. 1. 14:56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있다'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아직 실력은 많이 부족하다. 아마 중학교 1학년 미술 시간 정도의 수준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신기한 건, 잘 그리지 못하는 것과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어릴 때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부러워만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꼭 잘해야만 즐길 수 있는 취미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결과보다 과정 자체가 즐거운 일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최근에는 다이소에서도 수채화 물감이나 아크릴 물감, 다양한 미술 도구들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예전 같으면 그림을 시작하려면 꽤 큰 비용이 필요했겠지만, 요즘은 부담 없이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수채화와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붓을 들고 색을 칠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어려웠다.

연필로 형태를 따라 그리는 것과 색을 입히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형태는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어도 색은 그렇지 않았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왜 어떤 그림은 자연스럽고 어떤 그림은 어색해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하늘은 파란색이고 나무는 초록색인데, 왜 화가들이 그린 그림은 그렇게 풍부하고 깊어 보이는 걸까?

그때 깨달았다.

아, 나는 색을 모르고 있었구나.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선을 잘 긋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구입하게 된 책이 바로 『컬러 앤 라이트』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색채학 입문서 정도로 생각했다. 색상환이나 보색 정도를 설명하는 책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책을 펼쳐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책은 단순히 색의 이름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빛이 어떻게 물체에 영향을 주는지, 그림자가 왜 생기는지, 색이 어떤 원리로 변화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보는 세상이 왜 그런 색으로 보이는지를 설명해 주는 책이다.

말 그대로 "색(Color)"과 "빛(Light)"에 대한 책이다.

그림을 취미로 그리는 입장에서 읽다 보니 정말 많은 부분이 새롭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그림자는 단순히 검은색이 아니라는 점.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막상 그림을 그릴 때는 그림자를 어둡게만 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그림자 안에도 주변 환경의 색이 반사되고 있으며, 빛의 종류에 따라 색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같은 흰색 물체라도 아침 햇빛 아래에서 보이는 흰색과 노을 속의 흰색, 형광등 아래의 흰색이 모두 다르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왔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하면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는 사과를 빨갛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색은 주변 환경과 빛에 따라 계속 변한다.

책은 그런 부분들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준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치 과학책과 미술책을 동시에 읽는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단순히 이론만 나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림 예시가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서 설명이 훨씬 직관적이다. "왜 이런 색을 사용했는가", "왜 이런 그림자가 생겼는가"를 그림과 함께 설명해 주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쉬운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한 번 읽고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책에 가깝다.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번 느꼈다.

"아, 이런 내용이 있었구나."

그리고 몇 페이지 뒤에는 또 이런 생각을 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내가 실제 그림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 자신은 없다.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그림에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코딩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었다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코드를 작성하고 오류를 만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실력이 늘어난다.

그림도 비슷한 것 같다.

『컬러 앤 라이트』를 한 번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색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직접 그림을 그려야 한다.

색을 섞어보고, 실패해 보고, 이상하게 칠해보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단순한 독서 대상이 아니라 참고서이자 교과서 같은 존재가 되었다.

앞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색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다시 펼쳐볼 것 같고, 빛 표현이 어색하다고 느껴지면 관련 챕터를 다시 읽어볼 것 같다.

어쩌면 앞으로 몇 년 동안 가장 많이 펼쳐보는 미술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림 실력은 여전히 형편없다.

아마 지금 당장 멋진 풍경화를 그리거나 전문가 수준의 작품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그림은 단순히 손재주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찰하고,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컬러 앤 라이트』는 그 과정에서 길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색채 이론서가 아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바이블에 가깝다.

앞으로 수채화든 아크릴화든 계속 그려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다가 막힐 때마다 다시 이 책을 펼쳐볼 것이다.

언젠가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