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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스타트렉 2 : 칸의 분노 - 1982년의 우주는 생각보다 멋있었고, 스폭은 생각보다 더 멋있었다.

103105 2026. 7. 10. 16:11

1982년생이다.

그래서 이상한 목표가 하나 생겼다.

'내가 태어난 해부터 당대의 유명한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은 하나씩 다 봐보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냥 나 혼자 세운 프로젝트다.

그렇게 하나씩 체크해 나가던 목록에 이번에는 《스타트렉 2 : 칸의 분노》가 들어왔다.

사실 보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1982년 영화다.

무려 40년이 넘었다.

솔직히 기대한 건 감동이 아니라 역사 공부였다.

'당연히 지금 기준으로 보면 재미없겠지.'

'잠 안 오면 큰일이네.'

이 정도의 각오를 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또 의외의 부분에서 꽤 놀랐다.


■ 생각보다 촌스럽지 않았다.

가장 놀랐던 건 특수효과였다.

요즘 영화처럼 화려한 CG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주선이나 우주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꽤 그럴듯했다.

'1982년에 이걸 만들었다고?'

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내 기억으로는 우뢰매가 이보다 조금 뒤에 나온 작품인데, 적어도 우주를 표현하는 분위기나 화면의 완성도는 《스타트렉 2》가 훨씬 인상적이었다.

물론 지금 보면 티가 난다.

하지만 '당시 기술'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영화를 보다 보면 기술의 한계보다 제작진의 집념이 먼저 보일 때가 있는데, 이 영화도 그런 작품이었다.


■ 다만... 폭발할 때마다 왜 같이 흔들리세요?

옛날 영화 특유의 감성이 하나 있다.

폭발이 일어난다.

그러면 배우들이 갑자기 동시에 흔들린다.

왼쪽.

오른쪽.

휘청.

휘청.

...

잠깐.

우주선이 흔들리는 건 이해하겠는데.

왜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몸을 흔드는 걸까.

처음엔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몇 번 반복되니까 웃어야 하는 건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더라.

분명 영화는 진지한데.

내 표정은 점점 풀리고 있었다.

80년대 SF 영화의 낭만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조금 귀엽다.


■ 이야기는 괜찮은데... 편집이 숨을 안 쉰다.

의외로 스토리는 꽤 흥미로웠다.

왜 이 작품이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명작으로 평가받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툭.

그리고 또 툭.

마치 장면들이 실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순간접착제로 붙어 있는 느낌이다.

흐름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씬이 넘어갈 때마다 리듬이 조금씩 끊긴다.

그래서 집중력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요즘 영화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편집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조금 적응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 그 시절에는 우주를 동경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한 생각이 하나 들었다.

80년대 사람들은 우주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우주에는 무엇이 있을까.

외계인은 존재할까.

언젠가는 인간이 다른 행성에서도 살게 되지 않을까.

그 시절 영화들은 그런 낭만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는 우주가 더 이상 '가까워질 미래'가 아니라 '언젠가 누군가 연구하는 분야' 정도로 바뀌어 버렸다.

물론 실제로 우주 탐사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예전보다 줄어든 느낌이다.

아마 한동안 유인 우주 탐사가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다시 민간 우주 개발을 이끄는 기업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대가 된다.

언젠가 다시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보며 설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스타트렉이 그렸던 미래처럼 말이다.


■ 그리고... 스폭.

이번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큰 수확은 사실 이야기나 우주선이 아니었다.

바로 스폭이다.

아니.

왜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인 거지.

감정보다는 논리.

직관보다 분석.

언제나 침착하고.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과 출신이고 성향도 꽤 대문자 T에 가까운 편인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스폭이라는 캐릭터가 유난히 마음에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움직일 때 혼자 차분하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모습.

그 절제된 태도가 너무 멋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칸보다 스폭이 더 기억에 남았다.

워너비라는 표현이 딱 맞는 캐릭터였다.


■ 마무리

《스타트렉 2 : 칸의 분노》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분명 오래된 영화다.

액션도 느리고, 편집도 투박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시대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 현대적인 재미만 기대한다면 조금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된다.

40년 전 사람들이 상상했던 우주의 모습.

그리고 그 시대가 품었던 미래에 대한 낭만.

그런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앞으로 남아 있는 스타트렉 시리즈가 조금 더 기대된다.

이제 막 첫 번째 모험을 시작했을 뿐인데 벌써 스폭이라는 캐릭터에 빠져버렸으니까.

역시 벌컨족은...

이과의 이상향이다.